1. 상황에 따른 분류
1). 회의 통역
회의 통역은 수행 통역, 회담 통역과는 다른 통역 형태이다. 그러나 그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것은 쉽지 않다. AIIC의 정의에 따르면 회의 통역사란 언어능력과 책임감을 갖춘 전문 통역사로 공식 비공식 회의나 회의와 유사한 상황에 투입되는 이를 말한다. 회의 통역의 역사는 1919년 제네바 평화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1차 대전 이후, 그 이전까지 불어로만 진행되던 국제회의는 영어와 불어로 진행되었고, 이렇듯 회의 공용어로 자리를 잡으면서 통역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국제회의 통역의 시작이다. 당시 사용되던 순차 통역유형은 동시통역으로 대체된 지 오래되었지만 축사, 만찬사 등 간단한 형태의 연설 통역은 차례로 행해지고 있다. 회의 통역 언어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A 언어는 모국어 또는 모국어에 근접한 언어로 주로 발화에 사용된다. B 언어는 모국어는 아니지만 모국어에 가까운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이다. C언어는 주로 청취에 사용되는 언어로 통역사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언어이다. 전 세계에 활동하는 60여 개국 3000여 명의 국제회의 통역사가 위에서 소개한 국제회의 통역사 협회(AIIC)에 소속되어 있는데, 이 단체는 국제회의 통역사의 지위, 복지, 교육, 관련 시설, 규칙 등을 담당하고 있다.
2). 지역사회 통역
지역사회 통역은 최근 국제회의 통역과 함께 통역의 양대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사회 통역이란 관공서, 병원, 경찰서, 법원 등 특정 기관의 통역 수요를 충족시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통역을 의미한다. 지역에 따라서 연계 통역사, 대화 통역사, 문화 통역사, 공공서비스 통역사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 통역유형은 다민족, 다언어 사회, 이민사회를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이러한 다언어, 이민국에서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이 관공서, 병원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자와 수혜자로 만나는 빈도수가 높기 때문이다. 사실 지역사회 통역은 역사적으로 볼 때, 국제회의 통역보다 더 깊은 역사와 규모를 자랑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국제회의 통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통역학 연구도 지역사회 통역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국제간 유동 인구가 급증하고 통번역학 내 사회학, 문화학적 시각이 주목받기 시작한 1990년대에 더욱 두드러졌는데, 지역사회 통역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관련 연구의 수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3). 방송통역
방송에서 통역과 번역의 경계는 모호하다. 들어오는 외신을 즉석에서 통역해야하는 동시통역 형식은 방송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 통역은 완벽을 요구하는 방송의 성격상, 사전에 들어온 외신 기사를 번역, 편집해 시차를 두고 다듬어진 언어로 정리해 통역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시차 통역의 경우, 미리 들어온 원고를 사전 번역해 두고 상황에 따라 새로 들어온 정보를 함께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번역, 통역, 문장 구역이 혼합된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방송통역은 통역 시차와 통역 형태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시차에 따라서는 즉석해서 이루어지는 생동시통역과 시차를 두고 이루어지는 시차 통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발현 형태에 따라서는 원어를 완전히 덮어씌우는 통역과 뒷배경으로 원어를 들을 수 있는 통역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여기서 화면 발화자의 입 모양까지 맞추어 통역하는 경우는 더빙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송통역은 회의 통역과 그 상황이 다르며 통역사에게 요구하는 기대치에도 차이가 있다. 유럽 방송 통역을 장기간 연구해 온 Kurz(2000)에 따르면 방송통역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같는다.
(1). 방송 통역의 특징 (Kurz)
-방음부스에서의 작업이 아니니만큼 시각적, 청각적 요소에 의해 방해받는다.
-청자, 화자와 직접적 접촉이 불가능하므로 피드백도 없다.
-작업시간이 불규칙하고 준비할 여유가 없을 경우도 많다.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통역을 접하는 청중의 범위가 크기 때문에 실수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그만큼 크다.
-국제회의 통역보다 퍼포먼스의 측면이 강조된다. 즉, 깔끔한 목소리, 억양, 말의 유려함이 다른 통역유형보다 중시된다.
-발화가 화면과 일치해야 하는 만큼 속도 조절이 매우 중요시된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방송 통역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유럽, 일본의 경우 1980년~1990년대이다. 매일 다양한 언어로 숱한 뉴스가 오가는 유럽은 방송 통역사의 수요가 높고,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도 음성다중 방송센터에서 상근하는 통역사의 수가 100명을 넘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사정은 아직 열악하다. 1980년대 초, 위성으로 받은 외신을 번역하여 시차 통역 시킨 것을 시초로 중요한 해외 뉴스가 있을 때마다 해당 외국어를 아는 직원을 투입하거나, 임시 통역사를 고용하는 방편을 써왔다. 하지만, 1995년 YTN의 출범으로 상근 방송 통역사가 생겨나고,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방송통역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방송통역 환경은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다.
4). 회담 통역
회담 통역은 둘 이상의 그룹이 특정한 이해 목적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주고받을 경우에 이루어진다. 회담통역은 국제회의 통역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지만 국제 각료회의와 같이 국제회의 통역과 회담 통역의 중간 형태로 이루어지는 통역 형태도 있어 두 유형의 경계구분이 어렵다. 회담 통역이 사용되는 상황은 외교, 정치, 경제 분야 등이고, 이 중에서 회담의 한 측에서 통역사를 고용하는 경우, 양측이 각각 자신의 통역사를 동반하는 경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의 통역사가 고용되는 경우가 있다. 두 번째의 경우, 양 통역사는 보통 외국어에서 모국어로 통역하게 되나, 때에 따라서는 의뢰인의 말을 외국어로 통역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통역 방향을 사전에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담 통역에서는 통역사가 회담인 전체가 잘 보고 들을 수 있는 위치, 특히 화자에 가까운 곳에 자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순차 통역으로 진행이 되지만 최근엔 시간 절약을 위해 생동시통역의 형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5). 관광통역
문화유적지, 박물관 등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면서 수행하는 통역을 말한다. 이러한 관광통역의 특징은 해당 외국어 능력뿐 아니라, 문화재와 역사에 대한 지식도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시험을 통해 관광통역 요원을 선발하는데, 1차 시험에서는 해당 외국어의 청취 능력을 평가받고, 여기에 합격한 이들은 2차 면접시험에서 의사소통 능력과 역사, 문화재 지식을 평가받는다. 전문대학, 일반대학원의 관광학과, 관광 통역학과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참고문헌
정혜연, 『통역학개론』, 한국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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