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통역 유형론
통역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이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와 종류를 갖는다. 그중에는 사법 통역을 포함한 지역사회 통역처럼 오랫동안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자리 잡고 있던 것들이 있다. 더 나아가 오늘날 그 형태와 명칭이 굳어진 통역 형태가 있고, 위성 회의 통역이나 동시통역, 기계 통역처럼 현대기술 발전으로 새롭게 나타난 형태도 있다.
20세기에 들어 통역의 사용 범위가 더 넓어지고 그 형태가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통역 형태를 지칭하는 명칭들이 새롭게 생겨났다. 이들 통역 형태는 언어별로 그 명칭이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같은 언어권 내에서도 다른 명칭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용어의 중복도 적지 않다. 이들 명칭을 각각 살펴보자면, 동시통역, 순차 통역과 같이 동시성이 구분 기준이 되고, 전문 통역, 일반 통역처럼 통역 텍스트의 전문성이 그 기준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많은 통역유형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분기준이 필요하다.
통역유형의 구분은 통역 이론의 바탕이 된다. 통역유형에 대한 구분 기준은 이미 통역학 초기부터 제시됐다. 이는 통역학 최초의 학위논문으로 꼽히는 Panath(1957)에서 통역 종류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Paneth를 포함한 초기 논문의 통역 유형 구분은 기준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고 널리 사용되고 있는 통역 명칭을 소개하는 수준으로 설명하고 있다. 왜냐하면 당시 통역유형 구분이 학문적 목적보다는 주로 실무 이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이러한 실무 이론에서는 각종 통역을 소개하는 것 이상의 구분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역유형 구분은 통역 실무 이외에도 효과적 통역 평가, 통역 교육 등 통역의 이론적 연구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고찰이 필요한 영역이다.
통역유형에 대해 객관적 구분 기준을 제시한 것은 셀레스코비치(1982)이다. 그는 통역과 번역을 구분하기 위해 각각 행위의 대상, 행위의 반복성, 수용과 생산의 독립성 , 원문 텍스트의 수용 모드와 생산모드, 통번역 행위의 시간성과 공간성의 7가지 기준을 내세웠다. 이 기준에 따라 번역을 12가지 유형으로, 통역은 6가지 유형으로 각기 분류하였다. 예를 들어 동시통역의 경우, 기기 사용 여부, 시각적, 청각적 수용 채널 여부가 통역의 수용 모드가 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동시통역은 통역 부스에서 행하는 경우, 통역 부스 없이 마이크만을 이용하는 경우, 기기 없이 행하는 경우(위스퍼링), 원문 텍스트가 시각 자료로 주어지는 경우, 청각 신호에만 의존해야 하는 경우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 통역 방식에 따른 분류
1).순차통역
동시통역과 더불어 가장 잘 알려진 통역 형태 중 하나이다. 연사가 3분~5분, 길게는 20여 분까지 일정 분량의 연설을 하는 동안 이를 기억하거나 메모하기(노트테이킹) 해두었다가 연설이 끝난 후, 이를 통역하는 형태가 순차 통역이다. 순차 통역은 20세기 중반, 동시통역유형이 일반화되기 시작하기 전까지 국제회의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통역 방식이었다. 오늘날에는 정상회담, 실무협상, 장관회의 등으로 그 사용 범위가 줄었다.
2).동시통역
연사가 연설하는 동안 통역사가 지정된 방음부스 안에서 헤드셋으로 이를 듣고 거의 동시에 마이크로 통역하는 형태이다. IBM이 동시통역 기기를 개발한 후, 1919년 파리 평화회의에서 최초로 동시통역이 사용되었으며, 1945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을 계기로 서서 일반화되기 시작하였다. 동시통역은 보통 ISO 표준 규격(최소 2.4mm, 세로 2.4mm, 높이 2.3mm)의 통역 부스에서 행해진다.
3).생동시통역
통역사가 통역기기 없이 연사자의 발언 중간중간 짧은 휴지기를 이용하여 행해지는 동시통역이다. 시간 절약의 효과는 있지만 연사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통역사에게도 목소리 전달 어려움, 소음 노출 등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4).문장구역
문장 구역, 또 다른 말로 시역(視譯)이란 출발 텍스트를 눈으로 읽으면서 동시에 이를 구두로 통역하는 방식을 말한다. 문서의 구두 번역이 필요한 국제회의나 원문이 주어진 동시통역의 경우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효과적인 통역 연습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 통번역 교육기관에서는 문장 구역을 정규 교육 프로그램 내에 포함해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5).위스퍼링
문장 구역과 더불어 넓은 의미의 동시통역에 속하는 통역 형태이다. 회담이나 행사에서 통역 언어를 사용하는 청중의 수가 많지 않거나 통역 부스가 갖추어져 있지 않을 경우, 통역사가 직접 청자의 곁에 자리 잡고 발화의 내용을 낮은 목소리로 통역해 주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에는 통역의 효율성과 통역사의 목소리 보호를 위해 위스퍼링 전용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3.전문성에 따른 분류
1).전문통역
전문적 주제를 다루는 통역을 말한다. 통역 행사의 종류와 출발 텍스트의 전문적 용어, 문체 사용의 비율이 전문 통역과 일반 통역을 구분하는 척도가 되지만 객관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문 통역의 주제로는 정치, 외교, 경제, 법률, 학술, 의료, 산업기술 등이 있는데 외교통역에서는 무엇보다 사용 어휘의 어감 조절, 재판 통역에서는 정보의 정확성, 기술, 학술 통역에서는 올바른 전문용어 사용 등이 중요하게 간주한다.
2).일반통역
전문용어, 문제사용이 일정 비율을 넘지 않는 텍스트의 통역을 말한다. 이는 해당 통역사가 어떠한 통역유형을 주로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객관적 구분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회의 통역사의 경우 각종 축사, 정치가의 신년사 등이 일반 통역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고, 관광통역사의 경우 관광지 안내 통역이 일반 통역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정혜연, 『통역학개론』, 한국문화사
'통역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통역유형론 part 3. (0) | 2026.08.12 |
|---|---|
| 통역유형론 part 2. (0) | 2026.08.12 |
| 의미통번역론의 통역과정 (1) | 2026.08.09 |
| 통역이론(의미통번역론) (0) | 2026.08.08 |
| 통역학개론의 정의와 범주 (0) | 2026.08.08 |